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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the ‘Short Stories’ Category

꿈과 현실

December 21st, 2009

고등학교 방학식이었다.

애들은 방학을 한다는 사실로 인해 기쁨에 들떠 있었고, 담임 선생님이 종례를 하시는 도중에도 수근거림은 그칠 줄을 몰랐다.

다른 애들한테는 적용되지 않겠지만 — 나는 이민을 갈 것이기 떄문에 이 자리가 한국의 학교 생활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큰 기쁨과 또한 약간의 아쉬운 기분이었다.

덤벙대는 선생님의 종례시간이 끝나고, 수다쟁이 반장의 수다가 끝난 후, 우리는 부푼 기대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문득 교문을 나선 순간, 나는 나를 누군가가 따라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덩치 큰 어떤 애가 나를 놀리듯이 따라오면서 괴롭히는 것이었다. 나는 하지 말라고 그랬지만 그런 내가 재미있는지 덩치 큰 애는 더욱 더 나를 집요하게 쫒아다녔다.

천천히 걸어도 보고, 있는 힘껏 달려도 봤지만 덩치 큰 애는 찰가머리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 왔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찾았다.

너무 운전에 익숙해진 탓일까. 나는 고등학교 방학식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차를 몰고 등교한 것이었다.

한참을 차를 찾아 헤매던 나는 아무리 찾아도 발견할 수 없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문득 아침에 주차할 자리가 없어 2시간 제한이 있는 주차 구역에 차를 대었다가 깜빡 잊어버린 채로 한나절을 보낸 것을 기억해냈다.

헉.. 그럼 내 차가 없는 것은, 누가 견인해 갔다는 것이란 말인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당황한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덩치 큰 애도 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왜 그러느냐고 재차 물어보고 있었다.

나는 내 차가 견인되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아 있는 힘껏 달려서 학교 주변을 계속 돌아보았지만 차는 발견할 수 없었다. 저만치 뒤에서 덩치 큰 애도 나의 뒤를 허겁지겁 따라 오고 있었다.

내 머리는 거의 패닉상황이 되었다. 결국 나는 내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느끼고 엄마한테 전화를 하기로 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 고등학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 머리에 두통이 오는 것 같은 느낌 사이로,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꿈일 뿐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따라서 이 골치아픈 상황에서 제일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잠에서 깨어나게 되면, 이 환상을 사라져 버리게 되고, 나는 더 이상 지금의 골치아픈 상황에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내 머리는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최선의 방법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깨었다. 7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았었지만, 깨어서 시계를 보니 7시 27분이었다.

——

일어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의 골치아픈 일들도 이처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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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

November 18th, 2009

“야, 그거 들었어? 오늘 H그룹 회장님이 우리 학교에 와서 연설한대!”

“정말? 오늘 꼭 가야겠다. 좀처럼 없는 기회 아냐?”

“그러게 말이야. 에휴.. 난 그분의 반의 반만이라도 되었으면..”

이렇게 우리는 서로 투덜거리면서 캠퍼스 길을 걷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멀리서 바라본 회장님은 생각보다 참 젊으셨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신게 참 저런 분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기도 했다.

어느덧 그 분의 연설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공상에 잠겨있던 나 또한 문득 정신을 차렸다.

“….. 여러분은 저의 지금 모습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처럼 되고 싶나요? 왜 그렇습니까?”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과 다른 점이 뭘까요?”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저 회장님과 자신들을 비교해보고 있으리라.

“… 제 대답은 이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다른 점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부러워하고 있습니까? 여러분과 나는 다른 점이 전혀 없는데, 도데체 왜 저를 부러워하죠?”

웅성거림이 커졌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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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July 2nd, 2009

깊고 깊은 숲속에 두 마리 새들이 살았어.

새들은 숲을 사랑헀지. 나뭇가지 위에 앉기도 하고, 정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불행이 닥쳐오고 말았어. 숲으로 찾아온 불청객에게 둘 다 잡혀버린 거야. 둘은 좁디좁은 새장에 갖힌 채 누가 자신들을 사러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지.

첫 번째 새가 간 곳은 도시의 한적한 곳에 있는 집이었지. 그 곳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어. 노부부는 첫번째 새를 아주 사랑했고 첫번째 새도 노부부에게 정을 주었지. 그러나 좁디좁은 새장에 갖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어.

첫 번째 새는 노부부의 손에 길러지는것에 익숙해졌지만 자유로웠던 시절과 숲을 잊지 않았지. 새는 높이 날고 싶었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바라보며 날갯짓을 했지.

세월이 흘러 노부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그때 그들은 첫번째 새를 풀어 주었지. 새는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게 되었지.

두 번째 새가 간 곳은 어느 시골의 조그만 집이었어. 그 곳엔 외로운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지. 다행스럽게 두 번째 새 역시 할머니의 진심어린 보살핌을 받게 되었어.

두 번째 새는 처음 얼마동안에는 기억하고 있었었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기가 온 곳을 잊어버리고 있었지. 할머니가 보살펴주는 대로만 생활하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거든. 두 번째 새는 점점 자신도 모르게 날갯짓 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었어.

어느 날 불행하게도 할머니가 변을 당하셨어. 집은 빈 집이 되었고 새도 풀려났지. 그러나 두 번째 새는 갈 곳이 없었어. 자기가 온 곳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고 더군다나 너무 오래 새장에 갖혀 있었던 터라 날갯짓 하는 법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거야. 새는 이미 비어버린 집 안을 배회했지. 그리고 먹이가 없어 굶어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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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January 22nd, 2009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는 빛이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감옥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녹슨 창살 바라보기와 간수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그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한달 남짓 남은 투옥기간이 끝나면 다시 햇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몇 개월이 흘러 드디어 그 날이 다가왔다. 절대 열릴 것 같지 않았던 쇠창살은 그를 위해 열려 있었고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교도소 정문을 빠져나왔다. 한동안 감격한 표정으로 길 한가운데 서 있던 그는 한순간 자신이 갈곳 없는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달 뒤, 어느 거지의 차가운 시체가 뒷골목 으슥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몸 군데군데 찢겨진 상처, 죽는 그 순간까지 지쳐 괴로워하는 얼굴을 하고있는 그 남자는 한 달 전 교도소에서 나왔던 그였다.

—-

사람이 삶의 욕구를 느끼게 되는 가장 기초적인 것 중의 하나… ‘꿈’, ‘소망’, ‘희망’, 또는 ‘기대’ 라고 불리는 이것… 이것이 사라져 버릴 때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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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September 20th, 2008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한 여자가 테이블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누구를 기다리는듯 초조한 표정으로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난후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훤칠한 인상의 청년이 웃으면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또 늦었네…”

“아 미안,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지 뭐야! 아 그건 그렇고, 이게 뭔지 알어? 다이아몬드야 다이아몬드!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는 묻지 말고, 아.. 이 광채 너무나 아름다워….”

남자는 깨알같이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반지를 꺼내더니 황홀한 듯한 표정으로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겹다 지겨워.. 난 말이야, 네가 그런 부질없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 너의 내면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데 신경을 좀 썼으면 좋겠는데.”

그녀가 대꾸하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은 표현의 시대라고! 확실히 과거 한때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지. 그러나 지금은 달라. 이 다이아를 봐. 다이아는 뭘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 바로 탄소라고! 공기중에 널리고 널린, 그리고 아무 쓸데없는 것이지. 그러나 이것을 가치있는 최고의 보석으로 만들어 주는것은 그 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것이 아냐.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지.”

“그러나 사람은 달라. 겉으로 보이는것도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더 중요한것은 그사람 안에 뭐가 있는지 하는거라고.”

그녀가 반박하자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이것 봐,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나타낼 줄 알아야 해. 이력서를 쓸때나 구직 인터뷰를 할때, 그리고 심지어는 맞선을 볼때도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거지. 최대한 작은 것도 부풀려서 대단한 것 처럼 보이고, 화려한 말솜씨와 지식으로 상대방을 매료시키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그건 바로 외모야. 어느 누가 이쁘거나 잘생긴 사람을 싫어하겠어?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것이 아냐.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거지.”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뭘 알겠다는 거야?”

그가 묻자 그녀는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처을 너를 봤을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네가, 왜 만나면 만날수록 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애. 너하고 계속 만나다가는 나까지 속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는 여자가 될 것 같아. 나 간다.”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곳을 나왔다. 어이없는 표정을 한 남자 뒤로 조용한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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