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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September, 2008

보이는 것

September 20th, 2008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한 여자가 테이블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누구를 기다리는듯 초조한 표정으로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난후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훤칠한 인상의 청년이 웃으면서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또 늦었네…”

“아 미안,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지 뭐야! 아 그건 그렇고, 이게 뭔지 알어? 다이아몬드야 다이아몬드!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는 묻지 말고, 아.. 이 광채 너무나 아름다워….”

남자는 깨알같이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반지를 꺼내더니 황홀한 듯한 표정으로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겹다 지겨워.. 난 말이야, 네가 그런 부질없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 너의 내면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데 신경을 좀 썼으면 좋겠는데.”

그녀가 대꾸하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은 표현의 시대라고! 확실히 과거 한때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지. 그러나 지금은 달라. 이 다이아를 봐. 다이아는 뭘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 바로 탄소라고! 공기중에 널리고 널린, 그리고 아무 쓸데없는 것이지. 그러나 이것을 가치있는 최고의 보석으로 만들어 주는것은 그 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것이 아냐.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지.”

“그러나 사람은 달라. 겉으로 보이는것도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더 중요한것은 그사람 안에 뭐가 있는지 하는거라고.”

그녀가 반박하자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이것 봐,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나타낼 줄 알아야 해. 이력서를 쓸때나 구직 인터뷰를 할때, 그리고 심지어는 맞선을 볼때도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거지. 최대한 작은 것도 부풀려서 대단한 것 처럼 보이고, 화려한 말솜씨와 지식으로 상대방을 매료시키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그건 바로 외모야. 어느 누가 이쁘거나 잘생긴 사람을 싫어하겠어?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것이 아냐.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거지.”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야 알겠어.”

“뭘 알겠다는 거야?”

그가 묻자 그녀는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처을 너를 봤을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네가, 왜 만나면 만날수록 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애. 너하고 계속 만나다가는 나까지 속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는 여자가 될 것 같아. 나 간다.”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곳을 나왔다. 어이없는 표정을 한 남자 뒤로 조용한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Short Stories

현재 상황

September 15th, 2008

나의 불안요소들

- 하나라도 드롭을 하게되면 졸업하기가 힘들어진다.

- 학교 수업과 동시에 GRE와 대학원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 지금 하는 과목중 상당수가 어려운 대학원 과정의 수업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들

- 16개월간의 영어연습 덕분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한결 편해졌다.

- 공부 외에 신경쓸 만한 일들이 별로 없다.

——–

자꾸자꾸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결심을 다잡고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마음이 너무 급해지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들이 12월 중순경에 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따라서 GRE는 적어도 11월 초에는 봐야 한다. Subject test도 그 후에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과연 준비를 시도할 시간이나 있을까…)

오랜만에 학교를 갔더니 마음이 새롭다. 그러나 새로운 기분을 느껴보기가 무섭게 여러가지 것들이 밀려오고 있다.

491은 Moe 라는 파트너와 FlareFlow라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로 했다. 파트너가 성실하고 똑똑한 애인것 같아서 그나마 안심이 된다. 서포트 해주는 Diane도 아주 좋고 추천서도 문제 없이 받을 것 같다.

486 그리고 487은 긴 고통의 시간이 예상된다. 둘 다 어려운 대학원 과정의 수업들이다. (대학원생들이 거의 반 정도 된다) 486에는 이리저리 아는사람들이 좀 있지만 487에는 아무도 없다. 487을 열심히 하면 교수한테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 것도 같다.

363도 꽤나 힘든 수업이 될 것 같다. 숙제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꽤나 시간을 잡아먹을 듯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수업내용이 의외로 간단해서 잘만하면 의외로 쉽게가는 수업이 될 것도 같다.

INI115는 패스만 하자는 목적으로 넣긴 했으나 그래도 신경을 좀 써 줘야 할 것 같다. 12월까지 아무것도 없이 수업만 있어서 다른과목들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매주 하는 리딩을 놓치다가는 나중에 고생할듯 하다. 철학수업을 너무 듣고 싶었지만 너무 읽을 책들이 많은데다가 장소와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어쩔수없이 포기했다.

일단 GRE를 치게 될 11월 초까지는 정신없이 달려야 할듯 하다. 시험을 친 후에는 원서쓰기에 바로 들어가야 될듯 하고 12월 초정도에는 학기말 과제와 시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살짝 미치지 않을 정도까지만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으면 이번학기를 넘기지 못할 듯 하다. 아니면 GRE 를 포기하는 간단하고도 좋은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러면 대학원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든다…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 꺼내는 마지막 카드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까지도 나는 어려운 시기들을 (왜 나는 항상 어려웠던 시기들만 지내온 걸까?) 견뎌 내 오지 않았던가?

내 마음속에 단골처럼 찾아오는 외로움은 잠시 옆으로 접어 두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겉이 그럴듯하면서 속이 비어 있는 사람은 되지 말자.

지금이 바로 불 같은 열정과 함께 얼음 같은 냉철함이 필요할 때 이다.

Diary

Continuity

September 5th, 2008

누군가가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시작이 반이라면, 그 ‘시작’을 길게 이어주는 지속성이 나머지 반이 될 것 같다.

아무리 큰 맘 먹고 새 계획을 실행에 옮겼어도, 그것이 불과 며칠 내에 흐지부지되어버리는 그런 계획이라면 그것은 반쪽짜리 시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무언가를 놓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것이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저버리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결심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곤 한다.

무언가와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Short Thinking

모든 걸 아는 것이..

September 4th, 2008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방 안에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방의 한가운데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손에는 방울같이 생긴 무언가를 흔들며 쉴새없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노인의 앞에는 한 쌍의 남녀가 초조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과 두 사람의 사이에는 커다란 접시같이 생긴 물체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물이 한가득 채워져서 넘칠듯 말듯 흔들거리고 있었다.

한참동안 계속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노인은 갑자기 무엇엔가 홀린 듯 중얼거림을 멈추고 앞에 고여있는 물 한가운데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한 쌍의 남녀 중의 남자가 물었다.

“무언가 보이나요?”

노인은 움직이지 않고 계속 물을 응시한채 입을 열었다.

“무엇이 궁금한가?”

그러자 그 때를 기다렸다는듯이 앞에 앉아 있던 여자가 재빨리 말했다.

“우선 제가 일주일 후에 볼 시험에 합격할 것인지 궁금하구요, 저희 어머니가 땅을 사시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지, 그리고 우리 남편이 새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저희 첫 아기는 언제쯤이면 소식이 올지, 아기 이름은 뭘로 하면 좋을지, 저희 부모님 건강은 아무 문제가 없는지, 아! 저희 언니가 임신을 했는데 아기를 낳기에 언제가 좋을지, 그리고 아기는 남자일지 여자일지, 그리고 제가 요새 외모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성형수술을 해야 좋을지, 하면 어디를 하는게 좋을지, 언제 하면 좋을지도요. 그리고 내친김에 저희 가족이 올해 운세와 저희 부부 궁합도 봐주셨으면 좋겠구요……”

“가만히 있어 보게. 뭔가가 보이려고 한다네.”

별안간 노인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별안간 방 안은 고요한 정적에 휩싸였다.

잠시간의 침묵 후에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대로 읽어 주겠네. ‘모든 걸 아는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찾게나.”

Short Stories

Greed

September 1st, 2008

욕심은 가지고 있지 않은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가지면 가질수록 사람의 욕심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사람이 욕심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가지지 않는 것’ 이다.

Short 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