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e
우리는 항상 도망을 꿈꾼다. 자신이 원한 삶이든, 어쩔 수 없이 흘러오다 보니까 살게 된 삶이든 간에 현실은 언제나 도망을 꿈꾸게 만든다. 현실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늘 도망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망칠 수도, 도망갈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환기구 없는 방에 갇힌 것처럼 끔찍하지 않을까.
p53,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김혜남 저
나 역시 항상 도망을 꿈꿔왔다. 학교에서, 일에서 또 교회에서. 모든 곳에서 나는 이 곳에서 벗어나 쉬고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도망이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망가는 그 곳도 현실이며 내가 원하는 유토피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 달콤한 유혹으로 내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도망’ 은 그 자체로서 나에게 희열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절대 도망갈 수도, 딴 마음을 품을 수도 없는 감옥 같은 삶을 상상해 보면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똑같이 말하고 있다. ‘도망은 목적지가 아니라 탈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나는 가끔씩 이런 희열을 느낀다. 꾀병을 부림으로서, 휴가를 냄으로서 또는 다른 방법으로.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반영구적인 도피는 나에게 많은 대가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곧 다른 현실과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도피를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길을 잃은 떠돌이가 되기 십상이다.
도피는 달콤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