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에서 현실로
1
내가 중학교 갓 들어갔을 떄쯤이었던 것 같다.
부산 촌구석에 살았던 나는 어느날 신기한 소식을 접했다.
바나나의 원산지인 필리핀에는 엄청나게 맛있는 바나나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우리가 그때 먹고 있었던 커다란 바나나는 동물의 사료용 또는 수출용으로만 쓰인다는 것이었다.
필리핀에는 엄청나게 맛있는 바나나가 있는데 손가락 만하다고 했다. 그냥 입안에다가 넣으면 살살 녹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큰 바나나는 맛없다고 먹지 않는댄다.
촌구석의 우리는 멀고도 먼 나라인 필리핀에 있을 환상적으로 맛있는 바나나를 서로 상상하며 군침을 흘렸더랬다.
몇 년이 지난 다음, 우연찮게 나는 처음 보는 조그만 바나나를 마트에서 발견했다.
앙증맞게 생기긴 했지만 엄청나게 비쌌던 그 바나나는 우리가 상상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그 필리핀의 바나나임에 틀림 없었다.
단숨에 구입해서 잔뜩 기대한 채 바나나를 입에 넣었다.
그러고 나는 생각했다.
‘그 필리핀에서 난다던 바나나가 이게… 맞나…?’
한참 고민을 하고 난 후 결국 이 바나나가 그때 말했었던 바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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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18살이 되도록 초밥을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먹어본 초밥이라고는 유부초밥이 유일했는데,
‘미스터 초밥왕’ 이라는 만화책을 보면서 초밥에 대한 나의 환상은 점점 커졌다.
입 안에 초밥을 넣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만화책 속의 사람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환상적인 맛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래. 그 때는 몰랐다.
초밥에 엊어진 회는 그냥 단순한 회일 뿐이고,
초밥을 이루고 있는 밥도 그냥 단순한 밥일 뿐이라는걸.
처음으로 초밥을 먹어 본 날 역시 이렇게 생각했다.
‘방금 내가 먹었던게 그 만화책에 나오는 초밥이 맞나?’